"그거 있잖아"가 잦아지는 이유
2026년 8월 9일 · 읽는 데 5분
분명히 아는 낱말인데 입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혀끝까지 온 것 같은데 잡히지 않습니다. 이것을 설단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언제 걱정해야 하는지 정리했습니다.
잊은 것이 아니라 못 꺼낸 것입니다
낱말이 안 떠오를 때, 대부분은 그 낱말을 잊은 것이 아닙니다. 머릿속 어딘가에 그대로 있는데 꺼내는 길을 못 찾은 상태입니다.
증거가 있습니다. 이럴 때 사람들은 대개 그 낱말에 대해 꽤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몇 글자인지, 무슨 소리로 시작하는지, 뜻이 무엇인지까지 압니다. 다만 소리만 안 나옵니다.
누가 "ㅅ으로 시작해요" 하고 알려주면 그제야 툭 튀어나옵니다. 잊었다면 힌트를 줘도 안 나와야 합니다. 창고에 물건이 있는데 어느 칸에 뒀는지 헷갈리는 상황에 가깝습니다.
나중에 설거지하다 갑자기 떠오르는 경험, 다들 해 보셨을 겁니다. 나중에라도 떠올랐다면 기억은 사라지지 않은 것입니다. 꺼내는 데 시간이 걸렸을 뿐입니다.
왜 이름이 유독 안 나올까
설단 현상은 사람 이름과 지명에서 특히 자주 생깁니다. "사과"는 안 막히는데 "김영수"는 막힙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보통 낱말은 뜻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과'는 빨갛고 달고 과일이라는 정보와 묶여 있어서, 그 정보를 따라가면 낱말에 닿습니다. 들어가는 길이 여러 개인 셈입니다.
반면 사람 이름은 뜻이 없습니다. '김영수'라는 소리와 그 사람 사이에는 아무 의미 연결이 없습니다. 길이 하나뿐이라 그 길이 막히면 대안이 없습니다. 젊은 분들도 이름은 잘 막히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나이가 들면 여기에 속도 문제가 더해집니다. 낱말을 꺼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집니다. 대화는 빠르게 오가니, 그 사이 "그거 있잖아"로 넘어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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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이 막히는 일 자체는 아주 흔합니다. 다만 아래와 같은 모습이라면 결이 조금 다릅니다.
- 힌트를 줘도, 시간이 지나도 끝내 떠오르지 않는다
- 흔한 물건 이름(연필, 시계 같은)이 막힌다
- 엉뚱한 낱말로 바꿔 말하는데 본인은 모른다
- 문장이 중간에 끊기고 무슨 말인지 통하지 않는다
- 말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 낱말만이 아니라 겪은 일 자체를 잊는 일이 늘었다
마지막 항목이 중요한 기준입니다. 낱말만 막히는 것과, 사건을 통째로 잊는 것은 다릅니다. 이 차이는 건망증일까, 치매 초기 증상일까에 더 자세히 정리해 두었습니다.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되는 요령
- 붙잡지 말고 놓으세요. 애쓸수록 안 나옵니다. 다른 이야기를 하다 보면 툭 떠오릅니다.
- 첫소리를 더듬어 보세요. "ㄱ이었나 ㄴ이었나" 하고 짚다 보면 걸립니다.
- 주변 정보부터. 어디서 만났는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떠올리면 이름이 딸려 옵니다.
- 돌려 말해도 됩니다. 낱말이 안 나오면 설명으로 넘어가세요. 대화는 이어집니다.
- 새 이름은 소리 내어 되뇌세요. 처음 들을 때 한 번 말해 보면 나중에 훨씬 잘 나옵니다.
- 읽고 말하세요. 낱말을 자주 쓸수록 꺼내는 길이 잘 닦입니다.
초성 퀴즈가 하는 일
깜빡제로의 초성 퀴즈는 이 지점을 겨냥해 만들었습니다. ㄱㅁㅈ 같은 자음만 보고 낱말을 떠올리는 방식인데, 이것이 설단 현상에서 벗어나는 과정과 닮았습니다. 첫소리 단서를 붙들고 낱말을 더듬어 가는 어휘 인출 연습입니다.
보기에서 고르는 방식을 쓰지 않은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답이 눈앞에 있으면 알아보기만 하면 됩니다. 직접 떠올려 글자를 조합해야 꺼내는 연습이 됩니다.
다만 과장하지 않고 말씀드리면, 초성 퀴즈를 잘하게 되는 것과 일상 대화에서 낱말이 잘 나오는 것이 같은 이야기라는 근거는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관련 배경은 인지 예비능이란 무엇인가에 적어 두었습니다.
- 설단 현상(tip-of-the-tongue) 관련 인지심리학 일반 이론
- 서울아산병원 건강이야기, 「건망증과 치매」
- 서울대학교 국민건강지식센터, 「인지기능 저하 예방법」
본 콘텐츠는 두뇌 건강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말하기나 낱말 사용에 뚜렷한 변화가 느껴진다면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